평소 신앙문화유산(성지)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종교 역사와 일반 

역사와의 관계에 대한 지식이 매우 엷음을 안타깝게 여기며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전주 역사박물관을 들렀다가 그곳에서 매월 두 번에 걸친 역사탐방 프로

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다 싶어 이번 ‘동학농민

혁명의 길을 따라’ 현장답사에 신청을 했는데 운 좋게도 참가자격을 얻게 되었다. 

더욱이 이번 답사의 해설을 ‘동학농민혁명참여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심사담당

관이신 이병규 박사님이 맡아주신다기에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은 1860년 최제우가 창시한 동학에 기초를 둔 농민 

중심의 민중항쟁이라고 할 수 있다. 동학은 신분제의 타파를 외치고 있었기 때문에 

혼란한 조선말 상황에 가난한 농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종교였기 때문이다. 

이 혁명의 성격은 간단하게 농민이 주축이 되는 혁명으로 지배계층에 대한 조선 

시대의 최대의 항쟁이다. 청나라와 일본의 개입으로 결국 실패했으나 후에 3.1운동

으로 계승되었다.]***



일천하나마 이러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기초상식을 가지고,  09, 9, 26(토) 

가벼운 설렘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맨 처음 도착한 곳이 원평 학수재로 당시 

원평을 근거지로 활약한 동학군의 총참모 김덕명의 비가 있는 곳이었으며, 

그 다음이 원평 기미독립운동 기념탑이 있는 곳이었다. 



이어서 구미란 전투지가 있었던 얕으막한 야산을 올랐는데 그곳에는 당시 

권세와 압정에 항거하다가 쓰러진 이름 모를 동학농민군들의 유해가 묻혀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유골들을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모셨다는데 봉분도 이미 희미해져 작은 봉분들을 번호로 표시해놓아 그나마 

흔적을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어 버스로 1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곳은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전봉준의 생가터

였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생가건물이 상식적으로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당시 건축은 항상 왼쪽에 부엌이 위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복원건물은 

오른쪽에 부엌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일부러 우리 답사팀을 위해 

군청에서 나오신 문화예술담당 조용호 계장에게 물어보니, 생가터 복원이 원형에 

충실치 못했다고 자평하셨다. 

어느 곳이든 유적 등을 복원할 때에는 많은 고증과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보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아예 섣부른 복원은 삼가 하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은 이런 경우를 매우 많이 볼 수 있는데, 행정관청이나 담당 기관의 안일한 

자세와 전시행정이 그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마침 시장하기도 한 터라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밥값 등을 합쳐 1인당 만원씩을 냈지만 돈을 내면서도 궁금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루 경비치고는 너무나 적은 액수를 부담하기 때문인데 

과연 부족한 경비는 어떻게 충당하는지...?



아무튼 이 행사를 주관하시는 분들에게 마음속으로만 고마움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다음 행선지는 무장현 관아와 읍성, 객사였다. 바로 농민혁명을 일으키게 한 

당시 관리와 탐관오리들이 근무한 곳이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4차 발굴이 

진행되고 있을 때였는데 후대에 차질이 없는 발굴과 복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그 다음은 ‘무장기포지’, 

그러니까 이곳은 민란의 성격에서 벗어나 전국적인 혁명으로 출발한 동학농민

혁명의 발상지요 전투훈련장이기도 한 곳이었다.



끝으로 도착한 곳은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 앞이었다. 이 마애불과 동학농민혁명

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이병규 박사의 해설을 듣고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바위 벽면의 17m에 달하는 마애불 가슴에 ‘비결이 세상에 나오는 나른 그 나라가 

망할 것이오, 망한 후에 다시 흥한다.’는 비결책이 들어 있었는데 그 책을 동학

농민혁명의 지도자인 손화중의 포에서 이 비결을 얻었기에 이후 동학교도가 

급증했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바라는 당시 백성들의 민심이었을 것이다.



오늘의 중요한 일정을 마치고 도보로 주차장을 향해 내려왔다. 내려오는 도중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며 오늘의 답사를 정리해본다. 

나는 지금의 삶과 생각이 동학혁명 당시로 보면 어디에 속한 사람일까? 

탐관오리, 아전, 기득권을 가진 지주, 부호, 양반들. 혁명 지도자, 농민, 왜군...

그 사람들은 지금의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들일까? 

특히 조병갑의 후손들이나 지주나 양반들이라고 하는 그 후손들은 지금 어떤 

위치에서(혹시 속죄하며?) 살고 있을까?



작금의 위정자들이 과연 선정을 베풀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하는 자세로 

일하고 있는가? 오늘의 뉴스에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랏돈을 해먹는 

공무원들의 백태가 폭로되고 있었지만 어디 그 실태가 뉴스에 나오는 정도만 

되겠는가? 

권력을 가진 자들은 범법행위가 피치 못할 사정이라고 둘러대며 법망에 걸리지도 

않지만 민초들은 그저 범법자가 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날 

당시와 무엇이 다르다고 할 것인가? 동학농민혁명당시 농민들의 내정개혁요구는 

갑오개혁에 부분적으로 반영되는 성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지금의 가난한 

백성들의 소리 없는 절규는 그 누가 들어줄 것인가?



오늘의 답사에서 느낀 점.

답사 신청을 할 때 개인이나 단체로 신청을 하는데 선정되지 못해 아쉬운 경우가 

있을 법한데 앞으로는 자기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하거나, 차량을 더 준비하여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 보았고, 개인별 소개나 분위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처음으로 답사에 참가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분들과의 대화가 조금은 

불편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상사화라고 불리는 꽃무릇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오늘 

답사의 큰 보너스가 되고도 남았다.



오늘 해설을 맡아 주신 이병규 박사님과 이 행사를 주관하시는 분들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더 많은 사진보러가기]-이상원카패